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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했으나 이제는 포기한 듯이 별다른 반 응을 보이지 않고 있던 터였다. 우중충한
날씨가 간만에 걷히고 밝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으나 마음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계단을 내려오는데 하체가 후둘거리었다. 애써 힘을 주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효과가 없었다. 건물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담배를 꺼내어 물었다.
"휴~" 절로 나오는 한숨. 귓가에 아직도 김박사의 말이 윙윙 울리었다. "선생은
생리학적으로 볼 때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습니다. 심리과 치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벌써 6개월여를 발기부전이었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했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절망적인 기분에
어찌 할바를 몰랐다. 처음에 피곤이 쌓여서 그런 줄 알고 아내는 몸에 좋다는
보약이니 약이니 어지간 히 날랐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그럴수록 애타하는 나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아 내는 이제는 일체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새
담배는 생으로 다 타들어가 손가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었다. 담배를 끄고서는
힘없이 일어나 회사를 향했다. "김실장 있어요?" 기획실 미스 한이 전화를 받자 나는
김실장을 찾았다. 이번 강원도 건에 대해서 기획실 김실장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했다.
"지금, 자리를 비우셨는데요. 오시는 대로 전하겠습니다. 부장님." 목구멍이 바짝
말라 꺼끌꺼끌하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요. 오는 대로 네게
전화하라고 전해줘요." 전화를 끊고 복도 끝에 있는 흡연실을 찾았다. 요즘은
건물안에는 금연지역이라 흡연자들은 마치 죄진 사람처럼 좁은 흡연실에 쑤셔박혀
너구리를 잡아야 하는 신 세였다. "제기랄" 욕이 절로 나왔다. 흡연실 문을 열자
서너명의 직원이 앉아서 굴뚝을 떼고 있었다. "부장님," 몇 명이 아는 척을 하며
일어서고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다시 나왔다. 그들을 불편하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불편했다. 비서실 앞에 도착해서 잠시 망설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스 김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지금 실장님
출타중이신데"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아냐 아냐. 괜찮아 일봐요." 문을
닫고 나오면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불쾌감? 불안감? "제기랄" 또 절로
욕이 나왔다. "부장님, 1번입니다." 직원의 말에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기획실 김실장입니다. 부장님 전화하셨다고요?" 김실장의 사근사근한 말을 들으면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몸에 끈적끈적 달라붙는 듯한 기분 "음. 이번에 강릉
지점에 들어갈 아이템에 대해서 검토할 것이 있어 그러는데 신 개발품에 대해서도
자료 좀 보내주고 음 그래 알았네 그럼 수고하게나." 전화를 끊었으나 온몸이
근질거렸다. "부장님 1번 전화왔습니다. 비서실입니다." 수화기를 들자 고운 하이톤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오셨다면서요."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어
간신히 말했다. "응, 그랬어." "무슨 일 있으세요?" 아내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번엔 울컥 서러움이 밀려왔다. "아, 아니 그냥 당신이 보고 싶어서" 목이
메어 말이 제대로 안나왔다. "후훗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내 신랑이 갈수록
애기가 되네." 아내의 농담을 들으며 나는 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평소 농담을 잘
하지 않는 아 내였다. 아내는 농담을 할 정도로 기분이 올라있었다. "여보, 나 지금
일 다 끝났어요. 로비에서 기다릴 테니 우리 같이 집에 가요. 당 신하고 같이 있고
싶어요." 아내의 목소리가 톡톡 탄력있게 튀기고 있었다. 생기가 있는 목소리. 아내의
목소리가 생기로 차오를 때에 나는 반대로 절망의 한숨을 쉬었다. "응, 알았어."
엘리베이터 앞은 퇴근하는 직원들로 붐비고 있었다. 내가 있어서 인지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었지만 여직원들은 소리죽여 웃으며 나직이 수다를 떨고 남자직 원들은
Posted by BWPOVHV

